자신에 대해 깊이 알아가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고 만들어가는 '커리어 메이킹'의 과정은 육아와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첫째, 혼자서 할 수 없습니다. 육아는 아이와의 철저한 콜라보레이션이죠. 커리어 메이킹도 마찬가지입니다. 독자/고객과의 콜라보레이션이자, 다른 사람들과도 끊임없는 협업 관계를 맺으며 성장합니다. 반응해주는 독자가 없다면 콘텐츠를 만든 의미가 없고, 피드백을 주는 동료가 없다면 더 나아가기 힘들 수 있습니다. 그러니 육아와 커리어 메이킹은 ‘함께 한다’는 점에서 같습니다.
둘째, 내 계획대로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육아든 커리어 메이킹이든 내 계획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큽니다. 저는 육아에서 가장 힘든 점이 ‘내 계획과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육아에서는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보다 그렇지 못한 영역이 훨씬 많습니다. 특히 아이가 어릴 때는, 밥을 먹는 것도, 화장실을 가는 것도, 쉼을 가지는 것도, 그 어느 것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 힘든 것처럼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어서도 모든 것이 내 계획대로 되지는 않습니다.
사실 무슨 사업이든 마찬가지겠지요. 정말 다양한 요소가 결합하여 결과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내가 계획하고 노력할 부분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내가 만든 콘텐츠와 커리어패스가 어떤 일들을 만들어 내는지는 믿고 기다리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내가 계획하고 생각하는 것이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고, 그 중에 일부만 될 수 있고, 어쩌면 완전 다른 방향으로 펼쳐질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주 공을 들인 콘텐츠나 프로그램이 반응이 없고, 힘 안들이고 툭 던지듯 만든 것들이 폭발적인 반응을 가져오기도 합니다.
내가 생각한대로 되든 안 되든, 모든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내 계획대로 되지 않아서 더 잘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덕분에 완전 새로운 길이 열릴 수도 있으니까요. 부모들은 아이의 사춘기가 조용히 넘어가길 바라서 여러 가지 장치를 쓰기도 합니다. ‘우리의 원만한 관계를 위해서 어릴 때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최선을 다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이는 부모의 생각과 다르게 반항하며 화려한 사춘기를 보낼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과연 아이에게 나쁘기만 한 것일까요? 자아를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원하는 대로 표현해보고, 시도해보고, 경험해 본 것들이 내 아이를 더 성장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내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 부정적일 수도 있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긍정적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생각하고 설계한 대로 되는가 안 되는가’가 아니라, ‘그것을 통해 내가 배운 것은 무엇인가? 그래서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셋째, 오픈 마인드와 융합 능력을 요합니다. 육아와 커리어 메이킹은 사실 예술에 가깝습니다. 분야를 달리하는 모든 예술적 요소를 종합하여 창조물을 만들어 내는 ‘종합예술’에 비유해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것들을 열린 마음으로 수용하고 인정할 수 있어야 유연성 있게 여러 상황과 문제에 대처할 수 있습니다. 그런 태도로 낯선 것들을 결합하고 활용한다면, 창의적인 것을 만들어 내기가 더 수월합니다.
이 시대에 콘텐츠든 커리어든 무엇인가를 창작한다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영zero에서 완벽한 아웃풋인 100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다양한 콘텐츠 중에 나는 어떤 메시지를 어떻게 전할 것인지 내 고객의 필요와 원함에 맞춰 큐레이팅하고 벤치마킹하는 과정입니다. 육아 또한 내가 양육되어진 경험과 부모가 된 후 배우고 깨닫게 된 것들이 다양하게 결합하여 나의 육아철학이 되고, 부모로서의 행동을 취하게 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육아와 일을 하다보면, 내가 유난히 힘들고 괴로운 장면을 만나게 됩니다. 그 지점에는 대부분 과거에 해결되지 않은 어릴 적 상처가 있게 마련입니다. 그런 상처들을 만날 때 이렇게 외쳐보시기 바랍니다. “오예! 치유하고 성장할 시간! It's time to heal and grow!”
상처가 나를 어떻게 하도록 두지 마세요. 우리는 그것을 이겨내고 나의 성장친구로 만들 충분한 힘과 능력이 있습니다. 그렇게 되는 과정 속에서 나를 더 깊이 사랑하게 되고, 다른 사람을 더 많이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육아와 커리어 메이킹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믿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실현’을 하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그것이 사회적으로 허락되지 않는 환경에서 살아왔기에 그 감각을 잃었을 수는 있으나 자신의 본성을 회복하게 되면 더 나은 삶에 대해 갈망하고 원하게 됩니다. 그런 측면에 있어서, 육아와 커리어 메이킹은 꾸준히 나 자신을 성장시켜 자기실현을 돕는 고마운 일입니다.